컴퓨터와 수학을 공부해야 할까? 2편

컴퓨터와 수학을 공부해야 할까? 2편

2019, Aug 13    

1편을 읽고 와 주세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것

마이클 잭슨 8집 <Dangerous>에 실린 노래 Heal the world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Heal the world
Make it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And the entire human race

세상을 치유해요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요
당신과 나를 위하여,
그리고 모든 인류를 위하여

아 번역 오글거려…

마이클 잭슨은 이 노래가 자신이 작곡한 노래들 중 가장 자랑스럽다고 밝혔고, Heal The World Foundation이라는 자선단체를 세워 기아나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도와주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경력 때문인지, 혹자는 이 노래가 듣는이로 하여금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메세지를 전한다고 말한다. 뭐, 충분히 맞는 이야기다. 애초에 마이클 잭슨이 사회문제와 운동을 주제로 만든 곡이 한두개가 아니다. 아프리카 기근을 돕기 위해 작곡한 We are the world나 흑백 인종차별을 노래한 Black and white 등등…

하지만 나는 이 노래로부터 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 사회, 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라! 이런 종류의 진부함은 아니었다. 마이클 잭슨도 이런 1차원적인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노래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두가 마더 테레사나 슈바이처 같은 희생정신과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면 겨우겨우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나부터가 그런 인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당장 내 방 내부의 청소 상태문제에도 별 관심이 없는 내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고?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바쁘다. 최소 40년 내에 치킨집 개업이라는 정해진 운명을 밟아야 하는, 나를 포함한 공대생들도 이 각박한 사회를 헤쳐나가야 한다. 나를 위해 쓸 재화도 부족한데, 어떻게 나랑 별 상관도 없어 보이는 누군가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 시간과 돈을 쓸 수 있을까. 어찌 보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너무나 당연하다.

왠지 이렇게 써 놓고 보니, 기부할 돈도 많고 봉사할 여유도 있는 마이클 잭슨이 그럴 여유 없는 서민들에게 “저처럼 세상을 힐링하기 위해 노력하면 힐링돼요~”라며 기만하는 것 같다. 물론 당연히 아니다. 나는 이 노래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모두가 슈바이처처럼 스스로를 희생해가며 남들을 돕거나, 마이클 잭슨이나 보노처럼 사회문제에 대해 노래할 수는 없다. 빌 게이츠처럼 재단을 만들어 돈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빌 & 멜린다 게이츠 부부, 그리고 락밴드 U2의 보컬 보노
제 3세계에서의 빈곤, 질병 퇴치의 공로로 2005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다

경찰관이 범죄자를 열심히 잡거나 무고한 이의 억울함을 해결해준다면 이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변화시킨 것이고, 연구자가 획기적인 신약을 발견해 불치병을 정복한다면 이 역시 세상을 발전시킨 것이다. 2년 전인가 급전이 필요해 온갖 불평을 늘어놓으며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하던 내 친구조차도, 누군가의 택배가 조금이라도 빨리 배송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함으로써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으며, 내 방 청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조차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최선을 다 할 수 있을까

1편에서, 나는 “의미있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고 이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발전시키는 삶”과 동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방금 평범한 개인이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그저 자신의 일에 최신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명제를 제시했다. 이제 딱 한 가지 의문만 남았다. 어떤 일을 해야 최선을 다할 수 있지?

이 의문에 대답하기 위해 나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최선을 다한 것”이 있던가? 수능? 아니다. 고3 시절 나는 대충 적당히 나오는 모의고사 결과만 믿고 열심히 놀았다. 그 결과 수능을 조졋다 그렇다고 수능 말고 다른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화학 공부는 좀 열심히 하긴 했지만 최선을 다한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최선을 다해 놀지도 않았다. 돌이켜보니 나는 그저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게임도 좀 하고, 적당히 적당히 살다가 적당히 대학 입시도 치렀었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무엇인가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기억이 없었다.

내가 뭔가 최선을 다했던 경험을 찾으려고 한 일주일은 고민했던 것 같다. 놀랍게도, 정답은 굉장히 가까이 있었다. 당연히 고등학교 때일 줄 알고 대학 입학 이후는 아예 고려조차 하고 있지 않았는데, 정답은 그게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최선을 다했던 때는, 대학 입학 후 처음 수학과 컴퓨터를 배우던 시기였다.

사실 1편 초반부에도 말했듯이 나는 대학에 입학해 처음 프로그래밍 입문 과목을 듣기 전까지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처음 해본 프로그래밍은 정말 재미있었다. 내 머릿속에 짜여 있는 알고리즘을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코딩하고, 이를 실행시켜 가며 논리적 결함을 조금씩 수정해 가는 과정이 너무나 즐거웠다. 하라는 과제는 제쳐두고 혼자 이것저것 만들어본 시간이 더 길 정도였다.
수학도 마찬가지였다. 애당초 고등학교 때까지 수학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딱히 수학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그냥 시키는 것만 해서 적당히 성적 받던 과목이었다. 그런데 대학에서 가르쳐 주는 수학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논리적 구조를 따라서 증명을 해 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고, 이를 뒷받침하는 수학적 공리계의 명료함에 감탄하기도 했다.

나는 그 당시 수학과 컴퓨터를 배우고 공부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최선을 다한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I was inevitable to do my best

앞으로…

이제야 1편 맨 첫부분에서 언급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왜 컴퓨터공학, 아니 컴퓨터과학을 공부하고 있을까?

그야 내가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고, 이를 위해서는 내가 앞으로 할 일들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이들을 공부하면 최선을 다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부다. 그저 내가 재밌어하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

지금까지 구구절절 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컴퓨터와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아닌지 알려주겠다더니 갑자기 별 시덥잖은 이야기가 나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요즘 컴퓨터와 컴퓨터과학 / 공학이라는 존재가 갖고 있는 사회적 위치(?)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4차 산업 혁명이다 뭐다 해서 코딩 교육을 확대하고 있고, 높으신 분들은 딥러닝과 블록체인이 무엇이든 해결해주는 무인단물이라고 생각하며, SNS에서는 온갖 컴퓨터 교육 광고가 범람중이다. 다들 컴퓨터는 이제 필수라 말하고, 문과생도 생존하려면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 말한다. 다들 컴퓨터를 왜 배워야 하는지 앞다투어 이야기한다.

여기다 빙신(氷神)같은 사교육은 언제나처럼 따라붙는다.
(출처: 매일경제)

그런데, 컴퓨터가, 그리고 그 근간이 되는 수학이, 왜 재미있는지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는 것 같다. 이왕 배울거면 뭐가 재미있는지 알고 스스로 재미를 느껴야 더 보람찬 시간이 되지 않을까. 내가 이 분야를 선택한 것은 알파고로 이후 컴공이 떡상했기 때문도 아니고, 비트코인이 가격이 한때 이천만원을 넘어갔기 때문도 아니며, 리사 수가 499달러짜리 초고성능 CPU를 발표해서도 아니다. 그냥 재미있어서다.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는 이유도 그저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의 글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컴퓨터가 재미있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할 계획히다.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누군가한테는 재미없는 일일 수도 있는데 왜 모두가 해야 하나 싶다). 왠지 제목과 동떨어진 내용 같지만, 뭐 지금 제목이 클릭수를 좀 더 유도할 수 있을 것 같아 유지할 생각이다. 아무쪼록 앞으로의 포스팅이 끊기지 않고 올라가길, 또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길 바래 본다.

출처:

  1. Wikipedia, Heal the World, https://en.wikipedia.org/wiki/Heal_the_World
  2.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8/03/139070/